생애노정

범일동 시절 - 그 동네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를 전도하고 싶어했습니다.

true2020 2019. 4. 10. 10:17

▣ 1969.10.18(토) 체휼적인 신앙인. 대구교회.

026-071 그 동네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그 교회에서 우리를 보고는 사람도 좋고 성경도 많이 알고 얘기도 곧잘 하고 또 교회를 다녔다는 말도 들리니까 우리를 전도하고 싶어했습니다. 선생님은 얼마든지 전도할 테면 하라고 하면서 가만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들이 전도하려고 말할 때는 잘 받아 줍니다.

 

그래서 전도하러 오면 "어서 오소. 당신이 하고 싶은 얘기 있소?" 하며 몇 시간이든 잘 들어 줍니다. 그러면 전도하러 온 사람은 내가 틀림없이 자기 교인이 될 줄 알고 기분이 좋아서 첫날은 그냥 갑니다.

 

그러면 그 다음날에 틀림없이 옵니다. 그때는 내가 "이제 당신 얘기 다했소? 더 할 게 없소? 그럼 내가 하나 물어볼까요?" 하면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전부 다 물어보면 그 사람들이 뭘 알겠습니까?

 

"예수가 그렇게 무식하오? 성경이 무식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군요?" 이렇게 한마디해 놓습니다. 그것은 내가 잘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성경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지만 누구든지 성경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게 안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전도합니까? "나는 교회는 안 나가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성경 얘기 한번 들어볼래요?" 하면서 얘기를 슬슬 시작해 나갑니다. 맨 처음에는 그 사람이 들어서 체할 얘기는 절대 안 합니다. 가만히 눈치를 봐서 신경질적인 사람이면 나는 둔경질 타입으로 말을 합니다. 그렇게 몇 시간만 얘기하게 되면 내 말대로 하게 됩니다. 눈을 쏘아보면서 한바탕 얘기하면 정신이 다 돈다는 것입니다.

 

그 동네에 우물이 있었는데 거기에 물을 길러 온 사람들이 저 집은 싸움은 안 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요즈음 싸움을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얘기하는 것을 가만히 들어보니 어수룩한 사람이 그러지 않을 사람 같은데 뭐가 어떻고 어떻다고 하면서 야단하는 것을 보고 이게 화젯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세계가 왔다 갔다 하고 하늘땅이 뒤집어졌다 올라갔다 하는 내용이거든요.

 

차려입은 모습을 보면 형편 무인지경이고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그런 집에서 살지만 세계를 한주먹에 말아먹고 하늘땅이 뒤집어지고 한국이 한꺼번에 세계를 다 통일한다고 하는 엄청난 얘기를 하니까 소문이 난 것입니다. "저 동네에 가 보았더니 우물에서는 말이 없던 그 사람이 굉장하더라" 이렇게 소문이 나니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 게 아닙니까?

 

어떤 때는 무슨 신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와 가지고는 "역사상에 당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이 와서 통일 세계를 꿈꾸었는데도 다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당신이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때 내가 얘기를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도 참 처량했습니다. 물이 흘러가게끔 도량을 파고 그 위에다 집을 지었기 때문에 방구들 아래에서는 쫄쫄쫄 물 흐르는 소리가 나는데 그런 집에 앉아서 그런 엄청난 말을 하니 누가 믿겠느냐는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믿겠어요?

 

지금은 그래도 한 250명쯤 모여서 동감하는 기색이라도 보이니 괜찮지만 그때는 일대일로 마주 앉아서 얘기했습니다. 그들이 나보다 더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데 내 말을 믿을 게 뭡니까? 그러던 범일동 골짜기의 사나이가 오늘날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습니까? 알았어요 몰랐어요?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하지만 불과 15년 만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