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1년 12월 6일 정주 땅을 찾아가서. / 자서전
287 금강산을 구석구석을 돌아본 후 6일째 되던 날은 헬리콥터를 타고 고향으로 갔습니다. 꿈속에서도 그리워 한 걸음에 내달리던 그 집이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한참을 집 앞에 망부석처럼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본래는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창고와 축사가 서로 맞물린 사각형 집이었는데, 다 없어지고 안채母屋おもや만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안방으로 들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보았습니다. 어릴 적 기억들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 올랐습니다.
안방과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열고 뒤뜰을 내다보니, 예전에 내가 타고 놀던 밤나무는 이미 베어지고 없었습니다. "우리 쪼금눈이, 배 안 고프나?" 하고 어머니가 다정하게 부르는 듯 했습니다. 어머니의 무명 치맛자락이 휘익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갔습니다.
고향에서 부모님의 묘소를 찾아 꽃을 바쳤습니다. 흥남감옥으로 나를 찾아오셔서 피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내가 본 그분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어머니의 무덤 위에 간밤에 내린 눈이 살포시 덮여 있었습니다. 나는 힌 눈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 어머니의 묘에 자란 떼장을 한참이나 쓰다듬었습니다. 어머니의 거친 손등처럼 무덤 위에 겨울 잔디가 거칠거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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