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다와 영계

true2020 2011. 2. 24. 19:44

2011년의 2월 하순. 4월의 봄 날만큼이나 따사하다. 오늘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영계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난 섬에서 자랐지만 산이나 들이 더 익숙하다. 고향을 묻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섬이라고 하면 축구장이 있느냐고 한다. 바닷가로 둘러쌓인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 모양이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그런 풍경을 그리는 듯이.... 

하지만 바닷가에 있는 동네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쉽게 자주 바닷가에 갈 일도 없다. 농사일하기에도 바쁜데 무슨 큰 맘이라도 먹고 놀러라도 가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니 해수욕을 하거나 배를 타거나 바다낚시를 하거나 등등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섬 밖으로 나갈 일이라도 생기면 배를 타고 나간다. 철선이라고 하는 배를 탄다. ㅅ버스를 태우고 섬에서 대륙으로 사람이며 물건을 데려다 준다. 운티라곤 하나도 없는 그냥 쇠로 된 배다. 여객선이 아니고 페리(도선)다.

  

어릴 적에 할머니 따라 가끔은 목포에 계신 친척집에 갈 때나 여객선을 타 볼까 배를 가까이서 볼 일도 드물다.  그렇지 않아도 차멀미를 잘 하는 난 배멀미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일어 파도가 높거나 하면 어김없이 토하고 만다. 위가 약한 것인가....? 

남자라면 그래도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누비면서 배멀미 쯤은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바다에 나갈 기회가 되면 도전장을 내 밀어 본다. 작은 배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파도를 즐기며 유유히 낚시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의 물고기와 승부를 하는 모습은 나의 이상이다. 한시간 두시간 아니 몇 시간이라도 지루함없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평생을 바다에 나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일하는 어부들의 모습은 또 다른 사나이의 멋진 참 모습이다.

 

망망대해의 파도를 즐겨라....

물고기의 마음을 공부하라.

홀로만의 집중과 사색을 즐겨라.

 

멀미약을 먹으라는 권유도 주위에서 하지만 남자가 이정도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하는고집만은 여전하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맨정신으로 부딪쳐 이겨내겠다는 집념이다.

오늘도 한편으로 긴장하며 항구를 향해 달린다. 괜찮을까?  다른 손님들도 많이 있는데 토하고 있는 모습은 보인다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까? 어린아이가 엄마 젖이나 빨고 있지 이렇게 비싼 배를 타고 바다엔 뭐하러 나왔나! 그 돈으로 시장에 가서 물고기 사서 반찬이나 해 먹지....바다가 뭔지, 물고기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겐 그 배삮이 아깝다 아까워. 쯧쯧쯧.

 

뭘 먹고 배가 듬직해야 멀미는 덜 하는건가? 뱃속에 든 것이 없어야 토할 것도 없어 좋은 건가?  커피가 멀미엔 좋은가? 뭐가 좋을까? 오징어? 생인삼? 여하튼 불로장생의 풀을 찾듯히 멀미에 좋다는 것 이것저것을 생각해 본다. 한번이라도 대어를 낚아 낚시의 즐거움이랄까 짜릿함을 즐겨보고,  낚시에 미친 사람들, 도통한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해 보고 싶은 맘에 말이다 . 

배의 운전 라이센스라도 따서 배를 차를 운전하듯이 하면 멀미를 주관할 수 있을까? 

배를 탔다. 겨울바다의 찬 바람이다.  물고기를 몇마리 잡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스스로가 바다 위에서 파도를 즐기고 그 긴 고독의 시간을 집중해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3,40미터의 물 속의 고기들과 영계소통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16명 정도의 낚시회원들이과 같은 배를 탔다. 노인들인데 한마디로 꾼들이다. 얼굴이며 손이며 몸 구석구석에 바다를 즐기며 살아 온 냄새가 배여 있다. 아마추어 이상의 프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난 기대 반 그리고 걱정 반으로 배에 몸을 싣고 떠났다. 한시간 정도 바다 위를 달려 포인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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