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노정

흥남 감옥 - 명절, 5월 1일과 정월 초하루 때.

true2020 2022. 6. 16. 11:53

1. 선생님은 사과 하나를 붙들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알아요? 

-  "빛을 먹고 그다음에 맛을 먹자" 

 

067-154 선생님은 사과 하나를 붙들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알아요? 그런 적이 있었다구요. 공산권내의 감옥에 있을 때의 일이에요. 일 년에 두 번, 5월 1일과 정월 초하루에 과일을 줍니다. 사과 한 알, 사과를 배급해 주는데 자기가 좋은 것을 고르는 게 아니라 순서대로 나누어주는 거라구요. 나눠 줄 때는 벌거지가 먹었든 어떻든 그저 배급해 주는 걸 받아야 되는 거라구요.

 

그 사과를 나눠주면 보통 사람들은 주자마자 와작 와작 그저 1분도 못 돼서 다 먹어 버린다구요. 그러나 선생님은 "이 빛이 얼마나 고우냐. 이 빛을 먹자!" 이렇게 생각했다구요. "빛을 먹고 그다음에 맛을 먹자" 그런 생각을 했다구요.

 

그러다 보니 입을 벌리고 먹을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먹지 않고 두고 봐야 눈요기도 되고 냄새도 맡고···.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신이 못 되는 것을 느껴 봤다구요. 

 

그렇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다니게 못 돼 있었다구요. 그래서 먹기는 먹는데 먹을 때는 하나님 앞에 기도를 하면서 혼잣말로 "사과를 먹는데 있어서는 내가 세계에서 첫째로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먹는다" 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먹은 떄가 있었다구요. 

 

2. "명절날도 우리에게는 콩밥 주소" 

 

▣ 1972.10.14(토) 통일의 용사. 구리시 교문동 통일동산.

- 흥남 감옥 출옥 기념 야외예배.

 

063-230 또 밥을 보게 되면 밥은 보리 끓여 가지고 주는 거예요. 이밥은 금물이에요. 형무소는 콩밥이 제격입니다. 그다음에는 잡곡밥일수록 좋다는 거예요.

 

명절 같은 때, 정월 초하루라든가 오월 초하루라든가 이북에서 지키는 명절이 있는데 그때는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밥을 주는 거예요. 그걸 받기는 받지만 이밥을 안 먹다 먹으니 그것처럼 섭섭한 게 없어요. 이게 입에 넣으면 벌써 넘어가는 거예요. 밥을 먹고도 먹지 않은 것 같다구요.    

 

그래서 전부 항의, 건의를 하는데 그게 뭐냐 하면 "명절날도 우리에게는 콩밥 주소" 이러는 거예요. 콩밥은 그래도 깨무는 맛이 있어서 좋고 또 기름기가 있기 때문에 먹으면 끈기가 있어요. 이밥은 먹으면 슬쩍 내려가는 거예요. 그래 제일 싫은 날이 명절날이에요. 배가 고프다구요. 그렇게 손에다 맨밥을 먹던 그 맛···.

 

그 전에도 내가 맨밥을 잘 먹었지만 형무소에 가서 맨밥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알겠어요? 반찬이 문제가 아니에요. 반찬이 문제가 아니고 사람은 맛있게만 먹으면 살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