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2.10.14(토) 통일의 용사. 구리시 교문동 통일동산.
- 흥남 감옥 출옥 기념 야외예배.
▶ 옷에 대한 가치
063-214 그러면 감옥이라는 곳은 어떤 것이냐? 왜 필요하냐? 어디보다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우선 내가 입는 것에 대해서 배워요. "야, 이 옷이라는 것이 참 귀하구나" 알겠어요? 옷에 대한 진짜 가치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감방에 들어가게 되면 감방은 온돌방이 아닙니다. 뭐 스팀이 들어오고 연탄 피면 연탄가스 때문에 죽는 사람도 있겠지만 뜨스한 그런 곳과는 영원히 관계를 갖지 않는 곳이에요.
흥남 같은 데는 겨울에 평균 영하 18도에서 21도 되는 곳이에요. 그렇게 추운 곳이기 때문에 담을 막든가 무슨 바람벽이 됐든가 상관없이 전부 다 통하는 곳이라구요. 알겠어요?
그러니까 바깥이나 안 방이나 마찬가지예요. 감옥 안 방이나 바깥이나 마찬가지라구요. 그것 알지요? 오히려 겨울에는 감방이 더 춥다는 거예요. 왜? 바깥은 햇볕이 나는 곳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따듯하지만, 감방에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햇볕이 나왔다 해서 머리를 내밀고 "아이고, 햇볕을 좀 쪼이자" 하게 안 돼 있다구요. 이 감방이라는 곳은 낮에도 춥고 밤에도 추운 곳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뭐 비단옷? 비단옷이라는 것은 염두에도 없고 비단옷과는 아주 연관이 없다구요. 비단옷보다도, 질보다도 양이 필요한 곳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포대자루라도 좋다는 거예요. 포대자루라도 두꺼운 것이 좋다. 그 맛 알지요? 그것은 진짜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구요.
비단옷을 필요로 하느냐 포대자루를 필요로 하느냐 하게 되면 감방에 사는 사람은 양단, 비단 그런 옷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다 집어던지고, 두툼한 포대자루를 먼저 움켜쥐고 갖겠다고 싸우는 곳이 감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에 대한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곳입니다. 그것 이해돼요? 알겠어요?
그런 가치를 보게 될 때 두툼한 포대자루 하나 척 쓰고 이렇게 앉아 있게 되면 "좀 뜨습다" 하게 되면 "하! 내가 얼마나 행복하냐…".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포대자루를 쓰고 있을망정 "누구보다도 오늘은 좋구나, 이 시간만큼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렇게 사는 가치를 찬양할 수 있는 자리가 그 자리라는 거예요. 포대자루 말고 가마니 짝이라도 좋다는 거예요.
부들부들 떨고 있다가 가마니때기라도 뒤집어써서 춥지 않고 훈훈하게 된다면 가마니 속에서도 히죽히죽 웃을 수 있습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되면 별천지라구요.
▶ 사람이 그리운 곳이다.
* 또 사람의 눈은 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 사람들은 사람 보기를 싫어합니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 됐다구요.
* 그렇지만 감옥이라는 곳은 사람이 그리워요. 알겠어요?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사람으로 나타나게 되면 그 사람이 잘났든 못났든, 미남이든 추남이든, 뭐 미인이든 추녀든 누구를 막론하고, 남녀노유를 막론하고 아무개를 찾아온 사람이 있다 하게 되면 그 사람 눈이 번갯불같이 번쩍거린다구요. 알겠어요?
아주 신나는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으니 그렇게 표시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 사람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는 거예요.
자기와 인연 된 사람이 있으면 아주 고마운 거예요. 그 이상 고마운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거예요. 나타난 사람이 잘나고 못나고 그건 상관할 게 없다구요. 자기를 찾아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은 나가게 된다는 말.
음성을 듣더라도, 말을 듣더라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이 무슨 말이냐? 한 때 감옥에 들어온 사람으로서는 나가게 된다는 말을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인다구요. 알겠어요?
* 그건 뭐 형용할 수 없다구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않는다는 거예요.
063-217 그러나 감옥에서는 "나간다. 우리가 해방이 된다" 하는 말이라는 것은 칠성당에서 춤추며 놀라는 것보다 더 반가운 말이라구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감옥에 있으면 이 코가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모른다.
또 그다음에는 냄새 맡는 거예요. 감옥에 있으면 이 코가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몰라요. 남쪽에 동네가 있으면 말이에요, 남풍이 쓱 불어와 가지고 자기 앞으로 쓱 지나가게 되면 "흐흠".
셰퍼드는 여기에 사촌도 못 된다구요. "아, 저 동네에서 지금 국밥을 하는구나" 하고 벌써 안다구요. 이거 얼마나 예민한지 모르는 거라구요. 십 리 안팎의 동네에서 소 잡아 가지고 소고깃국 끓여 먹고 하는 것을 앉아 가지고 다 안다구요.
▶ 소곤소곤 얘기할 수 있는 그것이 얼마나 그리운가
소곤소곤 얘기할 수 있는 그것이 얼마나 그리운가.. 그건 여러분이 모른다구요.
* 소곤소곤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그리운지, 그런 시간이 나에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기쁠까 이렇게 꿈속에서 그리워하고, 마음속으로 사모한다는 것을 여러분은 상상 못 할 겁니다.
▶ 밥이 얼마나 귀한지 진정으로 알 수 있습니다.
* 밥이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밥이 그렇게 맛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은…. 세상에서 천년 살더라도 밥맛을 모르고 먹었지만 감옥에 들어가 가지고 살아 보면 밥이 얼마나 귀한지 진정으로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배울 수 없는 밥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곳은 감옥밖에 없기 때문에 감옥이 제일 좋은 겁니다.
▶ 매 맛을 아는 곳이다.
* 또 감옥은 어떤 곳이냐? 홍두깨가 왔다 갔다 하는 곳입니다.
* 여러분, 황소 생식기가 있지요? 그거 알아요? 이놈이 이만큼 긴데, 이놈을 말려 놓으면 이건 뭐라고 할까, 몽둥이 중에서 그렇게 멋진 몽둥이가 없다구요.
여기에 세상 사람이 옛날에 감옥에 들어가면 무슨 몽둥이로 맞는다는 말 들은 사람이 있을 거라구요. 나도 그놈이 어떻게 생겼을까 했는데 내가 한번 들어가서 한바탕 고문을 받고 "여보, 거 손에 쥔 것 이름을 모르겠는데 내가 맞더라도 그것이 무슨 나무인지 좀 알고나 맞읍시다" 해 가지고 알기는 알았지요.
그걸 알고 맞고 나서는 달라고 해 가지고 보니 휘청휘청하고 그 가운데는 옴폭하게 참 멋지게 생겼어요. 한번 때리면 찰싹 들이받는 거예요. 알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를 맞는 데 있어서 참된 매 맛을 아는 곳은 감옥밖에 없습니다.
* 잘했던 사람도 "잘못했다" 할 수 있게끔 때리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오줌을 싸면서 말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매 중에서 제일 지독한 매라구요. 그 매를 맞으면서라도 당당히 자기의 소신대로 나가는 사나이는 찬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 햇볕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이다.
063-219 아침에 척 눈을 뜨고 일어나게 되면 아침노을 朝焼けあさやけ이 보입니다. 검정 노을도 노랑 노을도 빨강 노을도 좋다는 거예요. 그 모든 전부가 희망에 찬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야아, 저것을 자유로운 입장에서 바라보고 내 힘껏 소신대로 저를 맞아 주고 오늘 이 아침은 멋진 날이다"고 찬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꿈에, 감상에 잠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침 햇빛이 쓱 비추면 그야말로 완전히 사로잡히는 거예요.
* "아이구, 이놈의 해야" 하는데, 햇빛 줄기는 전부 다 자기를 위해서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거예요. 창문을 통해 햇빛을 바라보는 그곳 이상 배울 곳은 없더라. 알겠어요?
▶ 친구 중의 친구는 여름에는 파리, 겨울에는 이.
또 나는 감방에서 파리를 잡아 가지고 매일같이 잘 놀았어요. 감방에서의 친구는 간수가 아니고, 이 있지요? 이것을 멧돼지 부대라고 한다구요. 기어 다니니까 멧돼지 부대라고 한다구요.
감방에 오래 있으면 말이에요, 옷에 시침질(바느질을 할 때 천을 맞대어 듬성듬성하게 대강 호는 일.)해 놓은 곳이 있지요. 이 잡을 필요도 없다구요. 두 마리 잡겠다 하고 쓰적쓰적하면 두 마리가 나오는 거라구요.
* 이를 잡아 가지고 손바닥에다 놓으면서 한 마리 잡았다, 두 마리 잡았다, 세 마리 잡았다, 열 마리는 대번에 잡는 거예요.
* 겨울에는 감방에 이가 많습니다. 이놈을 잡아서 갖다 놓으면 찬 방이니까 따뜻한 데 싹 갖다 놓으면 오물오물 다 모인다구요. 그렇다구요.
* 그렇게 열 마리만 딱 잡아 놓으면 그다음에는 추우니까 서로 붙어 가지고 파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 이것을 데굴데굴 굴렸을 때 한 놈이 떨어지게 되면 거기에 파고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그거 아주 취미 중에…. 그걸 경주시키고 그러면 얼마나 좋은지···. 그렇기 때문에 감옥에서는 이가 원수가 아니고 친구였더라.
* 또 이제 파리, 여름에는 파리 녀석이 "윙" 하고 날아 들어오는 거예요. "야, 너는 나보다 낫구나!". 내 앞에 와 가지고는 싹싹싹 빕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쁘다는 거예요. "요 녀석아, 너 내 앞에 와 가지고 무슨 자랑을 그렇게 손을 비비면서 하는 거야!" 하고 훅 불면, 날아갔다가 쓱 도로 돌아와요.
* 그 심각한 자리에서 파리 한 마리 잡는 것이 황소 잡는 것보다 더 기쁘다구요. 그것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날개 짝도 딱 떼 버린다구요.
* 안 아프냐고 물어보면 "안 아프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바른쪽을 뗐으니 왼쪽도 "참아" 해서 싹 떼어 버리고 놓게 되면 날개 떼인 곳이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놓아주면 발발발발 잘도 돌아다닙니다.
그다음에는 담벽(담벼락) 모양으로 휴지를 모아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서 경주를 시킵니다. 누가 일주를 먼저 하나 해 가지고 그 사이로 나갈 수 있는 구멍을 조그만큼 남겨 놓는 거예요. 구멍을 이만큼 남겨 놓게 되면 거기로 나가려고 하지요. 발발발발 돌아가거든요. 야, 누가 일등 하나. 세 마리만 잡아 놓는다 하게 되면 일등, 이등, 큰놈, 작은놈 이렇게 해 놓으면 그것 참 재미있다구요.
* 파리 한 마리도 그림움의 대상이 됩니다. "야, 네가 말을 할 줄 알면 내 소원을 들려주어 고향에도 보낼 텐데". 고향까지 날아갈 수 있다구요. 소식을 가져오기도 할 텐데. 파리 한 마리가 친구가 될 수 있다구요. 미물의 곤충 파리 하게 되면 전부 다 싫어하지만 이렇게 친구 중의 친구요, 사람의 대상이자 의논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감상과 반성의 시간
- 내년 겨울에는 부디 여기에 안 있어야 할 텐데.
철따라 눈이 내린다든가 할 때는 아주 감상적이 되는 거예요. "작년에 갔던 각설이(장 타령꾼. 장이나 길거리로 돌아다니면서 장타령을 부르던 동냥아치를 낮잡아 이르는 말.) 금년에도 또 왔네···. 그런 노래와 같이 "작년에 오던 눈이 금년에도 오는구만. 감방에서 눈을 안 볼 줄 알았더니 또 보는구만". 그렇게 되면 지난날을 반성할 수 있는 거예요.
"하아, 1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그러한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자기 일생을 쭈욱 반성해 볼 수 있다구요.
"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이렇게 사랑했고 이렇게 이렇게 학교에 다녔고 이런 사연을 거쳐서 오늘 이렇게 감방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어 가지고 겨울을 맞이하여 펄펄 날리는 눈을 맞는구만. 이 계절이 지나면 또 봄이 올 것이고 여름이 올 것이고 가을이 올 것이고 또 겨울이 오면 이런 눈이 올 것인데 내년 겨울에는 부디 여기에 안 있어야 할 텐데….".
이러면서 미래에 대한 것도 생각하고 전부 다 철따라 변하는 것에 대해서 자기의 발전을 모색하고 새로운 희망을 모색할 수 있는 곳이 감옥 외에는 없다는 거예요.
063-223 내가 감방에서 제일 기뻤던 것이 무엇이었느냐?
▶감옥에서 제일 필요한 것- "똥통"
* 감옥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필요한 것이 없다, 그렇다는 거예요.
* 제일 필요한 것이 뭐냐 하면 통입니다.
* 무슨 통이 필요한가? 똥통! 이건 제일 기분 나쁜고 쩨쩨한 거라구요. 그것이 뭐 필요해? 세상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필요 없고 그래 필요하다는 것이 똥통이에요.
* 흥남 감옥 하게 되면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 앞은 바닷가입니다. 흥남 하게 되면 참 추워요. 바람이 세기 때문에 자갯돌이 날아드는 거예요. 참 추워요.
* 그 감옥의 주인 양반들이 뭐 고마운 손님이라고 대접을 잘 하겠어요? 그렇게 안 되어 있거든요. 그렇겠지요? 갖다 주는 것은 시래기 중에서도 돼지 줄 것까지도 남겨 놓고 나머지 있거든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는 거예요. 명태 잡는 계절이 왔다고 해서 명탯국 끓여 줄 리는 만무한 거라구요. 알겠어요?
063-224 흥남 앞바다는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한번 잡히게 되면 산더미같이 잡힙니다. 그러면 전부 다 비료를 하는 거라구요. 고등어가 상당히 기름이 많다구요. 또 생고등어를 회해 먹으면 맛있다구요. 며칠 둔 것은 안 되지만 펄펄 뛰는 것을 갖다가 회를 해 먹으면 참 맛있어요.
* 고등어 철에는 제일 싸니까, 시래기 값보다 더 싸고 무엇보다도 싸니까 트럭을 들이대 가지고 "에헤라, 먹고 싶어하는데 실컷 먹어라" 해 가지고 한 트럭 사다가 가마솥에 쪄서 한 바께쓰에 가득 들이미는 거예요.
"자,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런데 일 년 동안 굶을 대로 굶어 가지고 창자는 가늘어질 대로 가늘고 기름기는 다 빠졌는데 거기에 기름기를 갖다 넣으니 소화를 시키겠어요? 못 시키는 것이 틀림없다구요. 소화 못 시키니까 그냥 무사통과라구요.
* 그렇게 저녁을 먹고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 출역하러 가야 하는데 변소 갔다가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아침에 일어나서 전부 다···. 새벽부터 미리는 못 일어나요. 그 시간 외에 일어나게 되면 탈옥 공모자로 몰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 같이 기다려야 돼요.
* 쇠붙이 같은 것은 절대 못 가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 가지고 5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검사하고 나면 여름날 3시간 앉혀 놓으니 어떻게 되겠어요? 볼장 다 보는 거지요.
* 체면이나 무슨 위신이 있다는 사람은 8시까지 참고 있다가 그저 "주르륵주르륵" 나중에는 ···. 또 거기에다가 춥지는 않지만 새벽부터 나와 볶여야 하니 어떤 사람은 "으웩"하며 토하는 그런 놀음까지 벌어진다구요. 이게 거짓말 아닌 사실이라구요. 그렇게 출역하게 되면 그야말로 옆에서는 별의별 요지경판이 벌어진다구요.
그렇게 되면 안 싼 사람은 안 싼 사람끼리, 싼 사람은 싼 사람끼리···. 서로 손 안 잡으려고 도망 다닙니다. 그럴 것 아니에요? 그러나 출역하게 되면 1,000여 명이 4사람씩 손을 잡고 줄을 지어 가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서로 찾아다닌다구요.
* 자기들끼리 더러워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손을 떡 붙잡고 갑니다. 가다가는 별수 있어요. 벌써 3시간, 4시간 되니까 될 대로 다 됐거든요. 그 10리 길을 걸어가는데 어그적 어그적하니 소화가 돼 가지고 배에서는 "쭈르륵 꽝, 쭈르륵 꽝" 하면서 자꾸 내려오니 이건 뭐 야단법석이에요. 뭐, 체면을 차려 가지고 안 싼 사람끼리 붙들고 나가던 사람도 "아이구, 와와와 확" 하는 그런 놀음이 벌어진다구요.
그런 광경이 벌어지면 대개 다 같으니까 부끄럽기는 뭐가 부끄러워요? 웃는 녀석 있으면 "너도 한번 당해 봐라, 얼마나 바쁘고 급한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러는 거예요. 난 그걸 당해보지 않아서 그 내용은 모르겠어요.
* 그렇기 때문에 고등어 철이 되면 고등어가 고맙기도 하지만 일면 인간 꼴을 다 버린다는 거예요.
▶감옥에서 제일 필요한 것- "바늘"
063-227 바늘, 그것 몇 푼이냐 해요? 1전 해요? (2원입니다.) 2원 해요? 그것 많이 올랐구만.
* 형무소에서는 바늘을 주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유산 암모니아를 만지는데 목면 옷을 입으면 아무리 새 것을 입어도 사흘을 못 갑니다. 털옷은 산성酸性에 강하기 때문에 오래가지만 면같은 것은 아무리 새 옷이라도 사흘만 되면 쓰윽 잡아다니면 부욱 찢어집니다. 아무리 새 옷을 입더라도 일주일, 보름을 못 갑니다. 그러니 매일같이 기워야 된다구요.
자, 이거 그런데 형무소에서 바늘 배급해 줘요? 절대 안 해 줍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자체 해결하는 거예요. 궁둥이가 나오면 체면상 안 되거든요.
*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젓가락 알지요? 젓가락을 시멘트에 가는 거라고요. 젓가락을 뾰족하게 갈아서 쓰는 거라구요.
* 그렇게 내가 바늘을 만들어 가지고 몇 개를 만들어 가지고 주기도 하고 쓰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녹이 슬고 강철이라 기분이 좋지 않다구요. 그런데 감옥에 가서 진짜 바늘을 아무 감방에 있는 사람이 바늘을 가지고 있다 하게 되면 천 명이 이틀 사흘 이내에 전부 다 알아요.
* 감방에서는 진짜 바늘을 가졌다 하게 되면 유명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늘 하나가 얼마나 귀하지 모릅니다. 알겠어요?
063-229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내가 잊지 못하는 것이 이거예요. 쓱 공장에 나갔는데 그때가 오후 2시쯤 되었어요. 시간도 잊혀지지 않아요.
* 거기서 제일 힘든 것이 뭐냐 하면 유산 암모니아를 40Kg씩 담는데 제일 힘든 것이 뭐냐 하면 그것을 가마니에 집어넣어 가지고 저울에 올려놓는 것이 제일 힘든 거예요.
그러니 누가 제일 힘든 것을 하겠다고 해요? 굶주려 가지고 배고픈 판에 힘든 것은 전부 다 안 하겠다고 꽁무니를 빼니 할 수 없이 그저 도매금으로 맡게 된 그 일을 매일같이 하는 거예요.
하루에 10사람의 책임량이면 1,300가마니예요. 1,300개의 가마니를 가져다 비료를 넣어서 끌어내어 묶어 가지고 마무리까지 하는 것이 한 사람이 130개 책임량입니다. 젊은 사람, 여러분들 잡아다 시키면 나가자빠질 거라구요.
130개 하게 되면 조그마한 집 같다구요. 나가자빠지면 죽어야 돼요. 죽고 싶지 않으면 해야 돼요. 죽을 때까지 안 하면 안 되게 되어 있다구요. 그래 가지고 떡 그 놀음을 하고 있는데 아, 실이 떡 보이잖아요. 실이 보이게 되면···.
대개 시골에서 가마니를 짜 오기 때문에 실이 있으면 바늘이 붙어 있어요. 그냥 바늘만은 절대 안 남아 있다구요. 알겠어요? 실이 있으면 반드시 바늘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문이 돼 있기 때문에 가마니에 실이 붙어 있으면 누구든지 먼저 가서 빼 보는 거예요.
이런 것을 나도 거기에서 배웠기 때문에 통일교회 선생님이라 해도 할 수 없다구요. 실이 보이므로 행여나 바늘이 있지 않나 해서 떡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늘이 있는 거예요. 야, 그래 가지고 바늘을 한번 찾았어요. 그것 선전했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래서 변소 갔다 온다고 해 가지고 그걸 가지던 그때의 그 기쁨은 천하를 통일한다 해도 모를 거라구요.
▶ 소금국과 보리밥.
063-230 또 밥을 먹게 되면 언제나 국부터 마시지요? 밥을 먹게 될 때는 언제나 국부터 먼저 갖다 주는 거예요. 하나는 국을 이리로 갖다 주고 하나는 밥을 저쪽으로 이렇게 엇바꾸어 갖다 주는 거예요. 하루는 이렇게 엇바꾸고 하루는 이렇게 엇바꾸어서 갖다 주고는 거예요. 저 끄트머리에서 이렇게 오고 이쪽에서는 이렇게 가니까 매일 받는 것이 뭐냐 하면 밥 아니면 국입니다.
그런데 밥을 먼저 먹고 국을 마시면 그것처럼 기분 나쁜 것이 없는 거라구요. 그것 해 보라구요. 밥을 먼저 먹고 국물을 마시면 이것은 참 기분이 나쁘다구요.
국을 먼저 먹고 그다음에 밥을 먹어야 그래도 밥 먹을 기분이 나지 밥을 먼저 받는다 하더라도 밥을 먼저 못 먹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는 국을 먹어야 합니다. 그 국도 소금국이라구요. 돼지 강 건너 간 물이라는 말들이 있는 그런 거예요.
그 국을 먹게 되면 어떤 때는 국이 얼마나 짠지! 감옥에서 국 끓이는데 뭐 자기네 신랑이나 아들딸이 요렇게 먹기 때문에 이렇게 간을 맞추어야 되겠다 하고 생각해요? 가 가지고는 소금 몇 바가지면 몇 바가지 그저 들이 퍼붓는 거라구요. 많든 적든 간에 붓는 거예요.
* 그래도 이게 숭늉보다 더 귀한 국인데 짜더라도 먹겠어요 안 먹겠어요? 버리겠어요 안 버리겠어요? 죽더라도 그 국을 버리고 싶지 않다구요. 그 멀건 국 한 사발이 얼마나 귀한지….
* 또 밥을 보게 되면 밥은 보리 끓여 가지고 주는 거예요. 이밥 (멥쌀, 경미粳米)은 금물이에요. 형무소는 콩밥이 제격입니다. 그다음에는 잡곡밥일수록 좋다는 거예요.
▶ 명절날 쌀밥
명절 같은 때, 정월 초하루라든가 오월 초하루라든가 이북에서 지키는 명절이 있는데 그때는 명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밥을 주는 거예요. 그걸 받기는 받지만 이밥을 안 먹다 먹으니 그것처럼 섭섭한 게 없어요. 이게 입에 넣으면 벌써 넘어가는 거예요. 밥을 먹고도 먹지 않은 것 같다구요.
그래서 전부 항의, 건의를 하는데 그게 뭐냐 하면 "명절날도 우리에게는 콩밥 주소" 이러는 거예요. 콩밥은 그래도 깨무는 맛이 있어서 좋고 또 기름기가 있기 때문에 먹으면 끈기가 있어요. 이밥은 먹으면 슬쩍 내려가는 거예요. 그래 제일 싫은 날이 명절날이에요. 배가 고프다구요. 그렇게 손에다 맨밥을 먹던 그 맛….
그 전에도 내가 맨밥을 잘 먹었지만, 형무소에 가서 맨밥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알겠어요? 반찬이 문제가 아니에요. 반찬이 문제가 아니고, 사람은 맛있게만 먹으면 살기 마련입니다.
▶ 메밀밥.
* 그때의 12월 14일부터 12월 23일까지의 기간이 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선생님의 감옥생활에서 제일 인상에 남아진 기간이에요. 왜 기억에 남는 그런 기간이냐 하면 말이에요, 밥을 주는데 메밀을 주는 거예요. 모밀(메밀), 알지요? 국수 만드는 메밀 말이에요.
* 그렇게 해서 분량만 채워 가지고 배급을 해 주기 때문에 큰 놈은 껍데기가 벗겨지고, 작은놈은 …. 작은놈이 더 단단하다구요. 이런 걸 벗겨지지 않은 채로 대강대강 해서 먹으라고 삶아 주니, 그 밥을 먹으면 오히려 붓는다구요.
* 또 껍데기 있는 것을 주었기 때문에 이것을 먹으려면 한 시간 이상 걸려요. 그런데 밥은 어떻게든 15분 이내에 먹어야 됩니다. 밥을 버려서는 안 되겠고, 먹기는 해야 되겠고, 이래 가지고 밥 먹는 법을 연구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밥을 먹고 소화가 안 돼서 설사가 나 가지고 고통을 받던 것이 감옥생활에 있어서 제일 잊혀지지 않는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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