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10.18(토) 체휼적인 신앙인. 대구교회.
피난시절에 선생님은 혼자서 저 범일동 꼭대기에 토담집을 짓고 처량하게 살았습니다. 위에는 미국 작업복을 물들여서 입고, 아래는 한복 바지를 입었는데, 봄철이 되면 할 수 없이 솜을 모두 꺼내 버리고, 쓱 걷어올린 채 입었습니다. 거기다가 신발은 고무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그 거동이 근사하겠지요?
그러고는 노동판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부산의 3부두. 4부두에서 다리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전부 목도 일을 했습니다. 어느 한때 하나님의 왕자가 그런 모습으로 변해 가지고, 피난시절에 겪은 이런 일들을 교육의 재료로 소개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 나는 목도도 잘하는 사람입니다. 못하는 게 없습니다. 염전에 가서 소금자루를 메라고 하면, 못 멜 것 같습니까? 어디에 가든지 여러분은 밥을 굶어도, 나는 옷만 갈아입으면, 절대 안 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내가 그런 것을 다 졸업한 사람입니다.
거지굴에 가서 왕초노릇을 해 가지고 밥도 얻어먹어 보고, 별의별 일을 다 해 본 사람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술집에 들어가서 불쌍한 아가씨들을 구해 주기 위해 빼돌리는 일도 해 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인들 안 해 봤겠습니까? 나는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복귀섭리를 이루기 위하여 별의별 일을 다 하면서, 서슴지 않고 달려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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