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3.2(화) 제주국제연수원. 전국 지도자 특별 수련회.
300-134 내가 12살이 됐을 때는 이미 할아버지로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전부 내 제자예요. "할아버지, 오늘 이러이러한 일은 안 되겠소. 이렇게 하지요." 하고 "그거 어떻게 알아?" 하면서 그런 걸 알면 답변하라는 거예요. 그래, 날 무서워했어요.
손자가 됐으면 말이에요, 한국 법이 그렇잖아요? 이름이 있는 집안에서는 아침이 되면 할아버지에게 가서 인사해야지요? 아, 형제들이 다 하는데, 내가 꼴래미로 가는 것입니다. 그거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맨 나중에 옷도 안 갈아입고 세수도 안 하고 들어가 인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분이 나쁠 것 아니에요?
* 이래 가지고 인사를 하는데 손자 녀석이 인사가 늦었다고 기합을 주겠어요, 안 주겠어요? 줄 줄 알고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기합을 주면 "예, 옳습니다. 늦게 하면 안 되지요. 빨리 해야지요?" 해 놓고는 그다음 날은 3시가 되기 전에 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할아버지가 일찍 올수록 좋다고 안 그랬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를 사흘, 한 일주일 하니까 "야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뭐예요?"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뭐예요?" 하는 손자가 보통 손자가 아니라는 거든요.
그래, "야, 내가 잘못 생각해서 빨리 오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안 해도 돼"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돼요?" 해 가지고 그다음 날은 점심때쯤 가는 거예요. 그냥 딱 잡는 것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제일 무서운 것이 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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