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5.15(일) 최후에 남아질 종교. 본부교회.
127-284 어떤 때는 어머니도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매일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점심 때도 잊어버리고 얘기하려고 하고 말이에요, 저녁 때도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얘기를 해 가지고 밥이 다 식어 꼬들밥이 됐으니 부엌에서는 선생님과 몇 사람이 밥을 먹어야 할 텐데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 큰일났거든. 밥, 밥 먹을 시간이 되었다고 몇 번이나 통고를 받고도 그저 얘기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래, 그래" 하면서.
밥이 문제가 아닙니다. 선생님 철학은 그래요. 밥이 문제가 아니에요. 천 년 만 년 너와 내가 살더라도 싫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너를 발견하려고 하고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12시가 되고 새벽 2시가 되고 새벽닭이 울고 동이 터 오더라도 밤을 새워 가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입니다. 딸을 그리워하는 사람입니다. 형제를 찾고 있는 사람이라구요. 그건 모르는 거라구요.
요즘에는 선생님의 나이가 많다고 "선생님, 12시가 되고 1시가 되어 오니 이젠 주무십시오" 합니다. 선생님에게 동정 잘 한 것 같지요? 그것은 자기들이 편하기 위해서예요. 그거 얼마나 차이가 있어요?
밤을 지새워 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자리를 잊어버리고 먹을 때를 잊어버리고 사랑의 당신이 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나의 서까래(마룻대에서 보 또는 도리에 걸친 통나무)를 만들어 보겠다고, 문 짜박지를 만들어 보겠다고 천신만고 미치광이 놀음하고 있는 것이 선생님의 생활이었더라 이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자기 처자도 자기 아들도 자기 부모도 전부 다 가누지 못하고 이 놀음하기에 늙었다 이거예요. 그 환경에 나타난 것은 욕밖에 없어요. 손가락질, 침 뱉음을 당한 것밖에 없습니다.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구요.
침 뱉던 사람들이 내 앞에 무릎 끊는 걸 봤고 저주하던 사람들이 죽어 자빠지는 것을 내 눈으로 많이 봤어요. 하늘은 나를 반대하는 편이 아닌 것을 내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오늘 선생님이 떠나는데 여러분에게 남겨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나 돈 없어요. 나 권력 없어요. 나 지식 없어요. 한 가지 있다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더라 하는 것, 그것 하나 상속해 주고 싶은 것이 선생님의 마음이라는 걸 알아야 된다구요.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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