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노정

유년 시절 - 아카시아나무의 까치둥지.

true2020 2019. 3. 11. 10:16

▣ 1986.2.16(일) 어제와 오늘. 본부교회.

141-032 그리고 큰 아카시아 나무가 있어 가지고 거기에는 까치둥지가 몇 개가 있었는데 사철 언제나 가치가 지저귑니다. 큰 나무에는 틀림없이 까치둥지가 몇 개 있어요. 까치는 길조라고 그러지요? 까치가 "깍깍깍" 하면 무슨 소식이 온다고 그러지요? 우리 집의 문에 들어서면 매일, 아침에도 "깍깍" 밤에도 "깍깍" 하는 것입니다.

 

그런 까치둥지가 있는 나무에 순식간에 올라가는 거예요. 이렇게 자꾸 올라 다니니까 나중에는 후다닥 올라가는 거예요. 그리고 이 까치의 생리라는 것은 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얘기하다가 시간이 많이 가겠구만. 이런 과거의 얘기를 듣는 것도 좋지요. 그렇잖아요? 곰탕 국을 먹을 때 뚝배기에다 먹어야 그 맛이 제맛이라구요. 

 

그럼, 이야기를 하자구요. 까치의 둥지를 보면 벌써 "아, 금년에는 바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불겠구나" 하는 것을 알아요. "동풍이 불겠다" 하면 방향을 딱 달리해 가지고 들락날락거리면서 구멍을 딱 내놓고 나뭇가지를 끌어다가 둥지를 치는 걸 보면 참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걸작품을 만들어 놓는다구요.

 

이게. 이것은 나뭇가지로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도 새고 그럴 게 아니에요? 그러니 나중에는 뭘 하느냐 하면 진흙을 갖다가 아래에다 전부 바르는 거예요. 바람이 안 들어오게 이렇게 해 놓고 참 신기할 정도로 비가 오면 한 곳으로 흐르라고 전부 한 곳으로 끄트머리를 대 가지고 비가 집으로 떨어지지 않게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끄트머리를 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모아 놨더라구요. 비가 내리면 이 빗물이 흘러 가지고 그쪽으로 떨어지게 하는 거예요.

 

이걸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참 대단한 솜씨지요. 우리 인간들도 그런 집을 지으려면 아마 몇 년을 배워야 될 거예요. 그런데 나뭇가지를 입으로 물어다가 쑥쑥쑥,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벌써 보면 알아요. 며칠이 지나 둥지를 다 틀고 얼마가 되면 알을 까게 되는지 압니다. 그 알을 보게 되면 그 까치의 알을 보면 파르스름한 줄이 엉켜 있어요. 알랑알랑한 줄이 있다는 거예요. 아주 예쁘다구요. 이 알의 크기는 계란의 한 4분의 1이 됩니다.

 

그 알을 낳기 전에는 아무리 올라가도 그렇게 짖지를 않아요. 울지를 않아요. 그러나 그 알을 낳고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그때는 우리 같은 나이의 사람은 짓궂은 사람이지. 짓궂은 녀석이었지.

 

그때는, 알을 낳을 때 올라가면 이 까치가 동네방네 야단을 칩니다. 그러면 동네의 주변에 있던 까치 떼가 와 가지고 그걸 시기하는 거예요. 그것이 재미가 있어요. 그런 취미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새들이 생활하는 그 생태에 대해서 훤하지요. 그렇게 한 번 올라가면 한 알 낳고 그다음에 올라가면 두 알 낳고 세 알 낳고 이것이 많은 날에는 열두 알까지, 열세 알까지 낳는다구요.

 

그래도 아무리 왔다 가도 피해를 안 주거든요. 이렇게 익숙해 자니까 쓱 오게 되면 "아! 또 오는구나" 하고 인사를 해요. "꽥, 꽥" 인사를 하는 거예요. 올라가도 어떻게 하지를 않거든요. 올라가서 보고 그냥 내려오지요. 

 

어떤 때는 비가 오든지 하면 안 올라가거든요. 그러면 내가 어디에 쓱 나가게 되면 어디에 있다가 그러는지 "깍깍깍깍깍" 신호하는 거예요. 왜 안 오나 하고 말이에요.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더라 그거예요. 거, 거짓말 아니에요. 여러분이 그런 취미를 몰랐지요. 이제는 다 늙었으니 그런 취미를 갖지도 못하지요.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구요.

 

또 그놈이 새끼를 까면 어떻게 하느냐 하면 그 나무더미가 있거든요. 거기에 둥지를 만들어 가두어 놓고는 먹이를 물어다가 먹이는 것입니다.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걸 보게 되면 새가 자기의 새기를 사랑하는 걸 보면 우리 인간이 자식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많은 배울 점이 있다는 거예요.  이 새끼가 날아다닐 수 있게끔 되었는데도 어느만큼 컸으면 내버려두지 않고 그냥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거예요.

 

이걸 내가 한 마리 한 마리 놔주는 거예요. "오늘은 내가 너에게 제일 좋은 일을 한다"고 해 가지고는 다리에다 고무줄을 길게 매 가지고 날리는 것입니다. 짓궂지요. 그래 놓으면 이 까치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이 새가 "화르르륵" 날면 어느새 어미 새가 와 가지고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 이 새가 날아가다 고무줄을 매 놨으니 별수 있어요? 이런 놀음을 몇 번 하다가 불쌍해서 그냥 날려 보내 주면 새끼를 어미가 데리고 안내해서 보이지 않는 숲 속에 큰 노간주나무 에 옮겨놓는다구요.

 

여러분은 노간주나무라고 하면 아는지 모르겠구만. 큰 나무라구요. 그런 저런 세계를 보게 되면 다 사랑의 정서를 중심 삼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입니다.

 

"어미" 하면 암놈, "아비" 하면 수놈인데 그 새가 새끼를 잃어버리면 그 새의 심정은 인간 세계에서 부모의 심정과 마찬가지예요. 도리어 요즈음 세상의 인간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