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사철가

true2020 2016. 3. 11. 13:23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예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 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 생전 일배주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끄나

늘어진 계수나목 끄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 투식허는 놈과 부모 불효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 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 더 먹소 덜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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