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true2020 2021. 2. 21. 15:10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1960년 강원도 횡계 출생.

- 2003년 한국문인으로 등단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쳐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로는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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