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노정

딸 여섯을 시집보내는데 어머니가 얼마나 혼이 났겠어요? 그거 참 시집가는 날 보게 되면 딸로 태어난 것이 참 원한에 사무칠 것 같더라구요.

true2020 2021. 10. 25. 17:08

▣ 1987.5.1(금) 한남동. 남북통일의 기수가 되자.

163-237 선생님 같은 사람은 결혼한 것도 개척한 것입니다. 내가 다 개척한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 신세를 안 진 거라구요. 절대 신세 안 지는 거예요. 결혼하는 것도 개척이라구요. 결혼도 갑자기 하기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가 두 달 이내에 무명을 10여 필을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그런 놀음을 하니 일화가 참 많아요.

 

* 이렇게 결혼식날 동네방네 잔치를 한다 이거예요. 이렇게 한번 헀다가는 집을 팔게 되고 그러니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거라구요. 사돈이 훌륭한 사람이고 이름 있는 가문이면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해 보내야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색시가 시집에 가서 시집의 옷을 못 입게 돼 있다구요. 일생 동안 입을 것을 다 해 가야 돼요. 자기가 입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가의 어른이라는 어른, 사돈의 팔촌까지 옷을 한 벌씩 다 해 가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농이나 뒤주 같은 것을 소 좌우편에 실은 것을 한 바리(마소 등에 잔뜩 실은 짐 또는 세는 단위)라 하는데 그런 것을 20마리 40마리의 소가 싣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장가 한번 가고 싶지요? 그 대신 색시네 집에서는 얼마나 큰일이겠어요?

 

뭘 갖고 시집 보내나? 땅을 팔아서라도 보내려고 하지만 딸 살리기 위해서 땅 팔았다는 소문이 나면 안 되거든요. 사돈이 그런 소문을 듣게 되면 어떻게 하겠어요? 큰일나는 거거든요. 소문이 나도 시집보낸 후에 나도록 땅을 주고 돈은 미리 다 받아다 쓰고 딸이 시집간 지 3개월이 지나면 그때서야 땅문서를 넘겨주는 거예요. 그런 놀음을 한다구요.

 

우리 집으로 말하면 딸이 여섯이었고 형님이 또 한분 계셨어요. 어머니가 열셋을 낳았다구요.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낳았는데 그걸 보면 그게 내력인가 봐요. 아이를 많이 낳은 내력이 있다 이거예요. 죽은 형제도 많지만 열셋 가운데서 여덟이 남았습니다.

 

딸 여섯을 시집보내는데 어머니가 얼마나 혼이 났겠어요? 그거 참 시집가는 날 보게 되면 딸로 태어난 것이 참 원한에 사무칠 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아들은 장가가면 여자가 반대로 해 와야 한다구요.

 

그러니 평안도에서야말로 진짜 아들이 필요하지 남한에서는 아들이 필요 없다구요. 뭐 장가간다고 해서 생기는 게 없잖아요? 평안도에서는 아들 몇 명만 되면 부자가 되는 거예요. 없는 게 없습니다.

 

163-238 그런 걸 보면 평안도에서는 여자로 태어나 혼자 힘으로 시집을 가기가 참 힘들어요. 선생님 집에도 딸이 많았어요. 여섯이 있었는데 그 여섯을 시집 보내려고 얼마나 혼이 났겠어요?